기고글 2018. 4. 30. 22:34

위험과 사고의 예측 가능성(2011.03.17)

 어릴 때 우리 집은 큰길가에 있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부산에서 목포까지 연결되는 2번 국도가 바로 우리 집 앞을 지났다. 우리 집에서 차표를 팔았기 때문에 집 앞이 정류장이었고, 차가 지나다니며 내는 비포장도로의 먼지는 가히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심했다. 우리 집은 가게를 운영했다. 규모는 작았지만 그 지역에서 가장 목이 좋은 곳에 자리를 잡은 것은 분명했다. 5일장이 서는 국도변에 있었고, 우리 집이 버스 정류장을 운영했으니 항상 집 앞에는 차와 사람들로 붐볐다.
 내가 어릴 때 부모님으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차 조심이었다. 가게문 1m 앞이 도로였으니 교통사고의 위험이 상존하는 공간에서 나는 어린 시절을 보냈다. 장사라면 최적지였지만 아이를 키우는 곳으로서는 최악의 공간이었다. 
 먹고 살기 위해서 생업에 유리한 공간을 선택했지만 나의 부모님은 차 조심에 대한 끊임없는 강조를 통해 자식들의 안전도 확보해낼 수 있었다. 다행히 자라면서 우리는 한 번도 교통사고를 당하지 않았다. 8남매 모두 작은 사고도 한 번 없이 그 장소에서 장성할 수 있었으니 참 고마워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며칠 전, 이번에 대학원을 졸업한 딸아이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길을 건널 때, 실수로 엎어질 것도 생각해서 다시 일어나서 건너도 될 만큼의 안전거리를 확보하고 길을 건너야 한다. 아빠가 손을 잡고 길을 건널 때마다 이 말을 반복했다고 한다. 내 기억에는 없지만 그 아이가 그렇게 들었다니 거짓말을 아닐 것이다. 그 덕에 두 아이도 크게 다치지 않고 자랄 수 있었고, 안전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 잘 교육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20년 전 초보 운전 때, 나는 큰 교통사고를 당한 적이 있다. 길이가 긴 트럭이 2차로에서 우회전을 하는 그 사이에 먼저 가려고 내가 3차로를 비집고 들어갔다가 그 트럭의 오른쪽 뒷바퀴에 내 차가 크게 부서지는 사고를 당했다. 법적으로는 3차로에서 하는 우회전이 우선이지만, 만약 경력이 있는 운전자였다면 그 상황에서 절대로 나처럼 3차로에 끼어드는 무모한 짓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길이가 긴 차는 회전 반경이 커서 2, 3차로를 같이 물고 우회전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나는 그 때 몰랐던 것이다. 
 교통사고는 내가 아무리 잘 해도 상대가 잘못해서 날 수 있다. 반대로 교통 사고라는 것은 상대가 웬만큼 실수를 해도 내가 그 상황을 예측하고 대비만 잘 하면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 그것을 우리는 방어 운전이라 한다. 나는 그 때 방어 운전의 개념을 몰랐다. 
 지금 일본은 난리가 났다. 지진과 해일로 해서 수 만 명의 인명 피해와 수십 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사고의 규모에 비해 일본인들의 위기 대처 능력과 높은 시민 의식으로 그 수습의 과정도 모범적일 것이라고 우리는 믿는다. 오늘 방송에서도 이런 사고에서 그 흔한 약탈과 방화, 새치기 등의 무질서가 전혀 없다는 보도도 나왔다. 
 그러나 아무리 높은 질서 의식과 준법정신도 소용이 없는 경우가 있다. 방사능 유출이다. 피해 지역의 원자력 발전소의 원자로 4기가 차례로 폭발을 했다. 며칠을 두고 연쇄적으로 폭발을 해도 손을 쓰지 못했다. 하나가 폭발을 했을 때, 나머지 원자로에 대해 손을 쓰지 못하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우리는 안타깝게 지켜보고 있다.
 지금의 폭발은 다행히 연료봉이 들어있는 격납고의 바깥에서 생긴 폭발이라지만, 지금 격납고 안이라고 해서 안전이 보장된다고 누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가? 우리가 예측하고 대응하고 그래서 안전이 확보될 수 있다면 문제가 없다. 원자력 사고는 그 범주를 벗어난다는 것에, 그리고 방사능 유출은 그 결과가 극도로 심각하게 드러난다는 것에 우리는 방점을 찍어야 한다.
 안전에 있어서 일본은 세계 제일의 나라다. 모든 건축물에서 내진 설계가 기본이고, 그들은 예측 가능한 모든 문제를 다 고려해서 원자력 발전소를 세웠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고가 났고, 이번 사고는 그들의 예측 가능성의 범주마저도 벗어나버리고 말았다.
 교통사고는 끊임없는 교육과 예방 지도를 통해서 없애거나 줄일 수 있다. 그리고 우리 운전자는 이른바 방어 운전으로 교통사고의 가능성을 크게 줄이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방어의 개념을 뛰어넘는, 예측 불가능한 영역에서의 사고가 있다면 우리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그것이 원자력 사고와 같은 대형 사고라면 우리는 모두가 한 무덤에 들어갈 수밖에 없을 수도 있다. 원자력 사고의 불가측성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되지 않은가.

 

http://www.gnnews.co.kr/news/view.html?skey=%EB%B0%95%EC%A2%85%ED%9B%88&x=-1117&y=-80&smode=110&page=2&section=110&category=237&no=120884


기고글 2018. 4. 30. 22:32

발목 잡힌 대중 시대의 복지와 사회적 합의(2013.04.09)

복지가 대세다. 영웅의 시대가 가고 대중의 시대가 되면서 대중의 표심을 사기 위해 정치는 경쟁적으로 복지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더더욱 수평적 정권교체를 경험한 이후 정치권력을 획득하고자 하는 우리나라의 정당은 복지로써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애쓰고 있다. 과거 보편적 복지정책을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하며 보수적 이념을 지향하던 정당조차도 이제는 스스로 포퓰리즘을 지향하고 있다. 

교육문제에 있어 복지의 대표적 요소를 들라면 최근에 와서는 무상급식이었다. 대체로 진보적 교육을 주창한 교육감들이 무상급식을 그 공약으로 내세웠고, 많은 학부모들의 지지를 받은 이 정책은 다소 보수적인 이념을 지니고 있던 교육감조차도 무상급식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애초에 무상급식 이야기가 나왔을 때, 부잣집 아이들에게도 무상급식을 할 필요가 있느냐는 논리로 반대론자들은 무상급식을 비판했다. 그 돈으로 못사는 아이 두 명에게 혜택을 줄 수 있다는 그들의 논리는 어떻게 보면 합리적인 논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주장은 빈부의 격차, 곧 사회 양극화 현상의 유지 또는 악화를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시혜자로서 감수해야 하는 낙인효과 같은 사회적 악영향도 있어 이미 상당 부분 설득력을 잃은 것으로 확인된다. 

사회복지와 함께 완벽한 교육복지를 자랑하는, 유치원에서 대학원까지 무상교육이 이루어지는 스웨덴과 핀란드 같은 선진국은 이미 보편적 복지가 대세다. 대중의 시대에 이미 정책공약으로서의 선별적 복지는 그 생명을 다한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시절에 고등학교까지 무상교육을 확대하겠다고 공약을 했고, 아마 이 공약은 곧 실행될 것이라 생각한다. 농산어촌의 고등학교는 공납금을 제대로 내고 다니는 학생이 없을 정도로 이미 무상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제도적으로는 아직 완성되지 못했고 도시지역의 고등학교로 확대되면서 고등학교 의무교육은 완성될 것이다. 이 시점에서 누가 부잣집 아이에게는 공납금을 받자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교육 복지정책에 있어서 우리가 간과하지 않아야 할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가 있다면 그것은 효율성에 갇혀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지금 농산어촌 학교는 학생 1인당 교육경비가 엄청나다. 학생이 10여 명에 불과한 학교가 있고, 이런 학교의 교직원은 학생보다 많다. 학생 1인당 연간 교육비가 5000만 원을 넘는 학교가 많다. 아마 그 아이들을 미국으로 보내도 그 이하의 경비로 유학이 가능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농산어촌 학교를 다 폐교를 시킬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최근 진주의료원 폐업방침의 강행으로 우리 지역이 시끄럽다. 폐업방침에 반대하는 도의원들이 곡기를 끊고 단식으로 항의하고 있다. 병원이 누적 적자가 심각하고 경영이 방만해서 앞으로도 그 적자의 폭이 줄어들 것 같지 않다는 것이 폐업의 이유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한 나라 한 지역의 복지정책을 가늠하는 중요한 공립병원의 존폐가 그렇게 하루아침에 도지사의 결심으로 정해져야 할 정책은 아닌 성싶다.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어떤 경우는 지나치게 앞서 나간다 싶을 정도로 이미 복지정책은 대중의 시대에 걸맞게 확대되어 나가고 있다. 거기다 복지정책은 효율성만으로 그 존폐를 논해서는 안되는 것이기도 하다. 복지는 물건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고, 더더욱 소외계층의 인격이 결부되어 있어서 처음부터 손해를 보는 것이 전제가 되는 정책이 아닌가. 

절차의 문제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의사결정의 과정에는 의회와의 협의도 그렇고, 보건복지부와의 공감대도 그렇고, 무엇보다도 지역사회와의 사회적 합의가 철저하게 무시되었다. 문제가 되고 있는 경영 정상화를 위한 노력도 그렇게 애쓴 부분이 보이지 않는다. 

더 이상 이 문제를 오래 끌고 가면 사회적 손실이 심각할 것 같다. 지금이라도 이해 당사자와 정책 당국자들은 머리를 맞대고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노력해서 원만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기관차처럼 마주 보고 달리다가도 극적인 합의로 대중에게 카타르시스를 주는 것이 정치가 아닌가.

 

http://www.gnnews.co.kr/news/view.html?skey=%EB%B0%95%EC%A2%85%ED%9B%88&x=-1117&y=-80&smode=110&page=1&section=110&category=237&no=166429


박종훈뉴스 2018. 4. 29. 21:45

경상남도교육청 <지혜의 바다>도서관 개관식

출처 : 경상남도교육청 블로그 (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gne_education&logNo=221252224348 )

개관식이 준비 중인 <지혜의 바다> 도서관으로 책 나들이를 떠납니다. 구암중학교와 구암여자중학교가 구암중학교로 통합되고, 옛 구암중학교 체육관이 도시 재생 프로젝트의 표본으로 경남의 대표적인 랜드 마크로 재탄생했습니다.

개관식 행사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과 독서프로그램이 진행됩니다. 누구나 즐겁게 만들어가는 행복한 지적 놀이 공간입니다. 지혜의 바다는 독서, 문화, 예술이 공존하는 <복합 독서문화공간>의 새로운 기준이 될 것입니다.

도심 속의 편안한 거실과 같은 곳, 배움의 가치와 소중함을 이어가는 곳, 지혜의 바다는 도민과 함께 하는 <우리 모두의 공간>입니다.

 

테마별 체험공간이 자리 잡은 1층입니다. 동화방, 레고방, 보드방, 상상 창작방, 웹툰방, 힐링방, 더채움방, 구암홀 등 시민이 즐길 수 있는 대부분의 공간이 마련되어 상상의 놀이를 마음껏 펼칠 수 있습니다.

 

'그냥 좋다.'라는 말이 입에서 저절로 나와버립니다. 
"뭐가 그리 좋으냐?"라고 물으신다면, "직접 보시지 않으면 느낄 수 없습니다"라고 답할 정도입니다.

다양한 독서 사진과 학생들의 그림도 전시되어 <지혜의 바다>를 찾는 분들의 얼굴에는
작은 미소가 저절로 한가득입니다.

인문학 강의를 비롯하여 농부 시인과의 대화, 가족대항 도미노 게임 등 혼자 놀아도 재미있고,
같이 놀아도 즐거운 신나는 문화활동이 넘칩니다. 
문화는 조용하게 즐긴다는 편견이 쉬이 깨져버리고 맙니다.

2층 지혜 마루에 올라서자, 그냥 꽉 다물었던 턱이 저절로 내려오고 맙니다.
책을 읽어서 느끼는 행복이 있다면, 그저 책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행복을 느낍니다. 

커피 한 잔 1000원. 어디서 이렇게 책과 함께 놀면서 맛있는 커피를 단돈 천 원에 만날 수 있을까요?

<지혜의 바다>를 이리 둘러보고, 저리 둘러봐도 좋습니다.  
눈도 시원합니다. 막혔던 가슴이 뻥 뚫립니다.

 

사방이 그냥 놀이터입니다. 
가장 좋은 사실 하나. 도서관은 놀이터입니다.
놀이터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넘치는 곳이지요?
<실내 정숙>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곳입니다.

 

가장 좋은 인테리어는 책 인테리어입니다.
책과 함께 하는 사람은 그 책의 깊이만큼 깊은  마음의 맛을 느낄 수 있다고 믿습니다.

 

단순한 직선, 사각의 아름다움이 원의 부드러움을 능가합니다.
미로형으로 된 책놀이 공간의 매력도 일품입니다.

 

한눈에 담을 수 없다는 것이 아쉬울 만큼 시원한 도서관입니다.
이런 말 아시죠? 
"가지고 싶다."

 

'소유'의 욕심을 버리고, '존재'의 가치를 즐길 수 있는 곳.
그렇기에 더욱 사랑스러운 공간으로 채워질 아름다운 이곳. <지혜의 바다>

 
 

단순한 도서관을 넘어 이제는 새로운 지역의 명소가 되었습니다.
지역민에겐 행복한 놀이터가, 도민에겐 꼭 한 번 들러야 할 필수 여행 장소가 되었습니다.

 
 
 

도민들의 성원과 함께 멋지게 치러진 <지혜의 바다> 도서관 개관식 행사.

이제는 지식과 정보의 바다에서 헤매지 말고, <지혜의 바다>에서 삶의 깊은 맛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