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글 2018. 4. 30. 23:34

지역 아동센터를 아십니까?(2011.06.08)

교육열이 지나치게 높은 우리나라는 아이들을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 학교가 마치기 무섭게 교문 앞에서 지키고 있는 봉고차에 실려 밤늦게까지 이 학원 저 교습소를 전전하다 파김치가 되어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 오늘의 우리 아이들 풍속도다. 부모의 형편이 넉넉해서가 아니라 경쟁에서 지지 않게 하기 위해 부모는 등골이 휘어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이 아이들이 과연 행복한가에 대한 의문은 뒤에 두고서라도, 이럴 여건도 못되어서 학교가 파한 후 집안에 아니면 거리에 방치되는 아이들도 많이 있는 것이 또한 우리의 현실이다. 이런 아이들을 위한 시설이 지역 아동센터다. 우리 경남은 230여 개의 지역 아동센터가 이 아이들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이 시설이 없었다면 IMF 이후 더 크게 늘어난, 이 갈 곳 없는 아이들을 우리 사회는 어떻게 했겠는가.
 다들 아시다시피 지역 아동센터는 아동 보호법에 의해 만들어진 아동복지시설이다. 아동복지법 제16조 1항에 나오는 지역 아동센터는, ‘지역사회 아동의 보호·교육, 건전한 놀이와 오락의 제공, 보호자와 지역사회의 연계 등 아동의 건전육성을 위해 종합적인 아동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로 규정되어 있다. 
 지역 아동센터는 헌법과 아동보호법에 근거하여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아동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인간답게 살 권리와 교육을 받을 권리라는 헌법적 기본권을 다시 되뇔 필요도 없이,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우선 최저 최소한의 권리로서의 생존의 권리를 실현하고 있으며 복지 프로그램으로 나타난다. 급식, 의료, 가족지지 서비스가 있다.
 둘째, 미성년자로서 보호 받을 권리가 있고 아동 보호 서비스와 같은 보호 프로그램으로 나타난다.
 셋째는 맑은 영혼으로 건전하게 발달할 권리가 있어, 교육과 문화 프로그램 등으로 다양한 교육 문화 활동 프로그램이 진행될 수 있다.
 끝으로 아동도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참여의 권리가 있으며 지역 자원 연계 프로그램을 통해 민주 시민 교육, 지역사회 연계활동을 통해 건강한 시민으로 성장하게 된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저소득층, 소외받는 아이들을 위한 일이기에 더욱 의미가 있다. 지역 아동센터는 우리들에게 가장 가까운 곳에 있으며, 소규모로 운영되기 때문에 아동 개개인의 욕구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설이 무상 임대, 월세 등으로 운영 여건이 열악하다. 그리고 무분별한 시설의 증가가 보호와 양육의 질을 떨어뜨릴 우려가 현존하는 것도 사실이다.
 필자는 일선 학교에 배치되어 활동하고 있는 학교 사회 복지사의 활동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교육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따뜻한 손길이 필요한 소외받는 아이들에 대해 그들의 언니가 되고 누나가 되고 때로는 어머니가 되어서, 학교 안에서뿐만 아니라 집안 사정까지 보듬어 안아주는 그들의 활동을 보며 잔잔한 감동을 받은 바 있다.
 가뭄 때 물 한 방울은 홍수가 났을 때의 그것과 견줄 바가 아니다. 이 아이들에 대한 현재의 작은 투자는 나중에 사회가 부담해야 할 비용을 줄이는 것에 더해서 가뭄의 단비와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지역 아동센터는 기관이 하는 일에 비해 운영 여건은 더욱 열악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시설이라는 하드웨어에 대한 지원과 함께 좋은 프로그램도 개발하여 지원함으로써 지역 아동센터가 우리 가장 가까이에서 가장 제대로 된 아동 보육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도와주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일이다.
 사회적 격차의 해소는 국가와 사회가 책임질 일이다. 언제까지나 독지가의 자선 사업의 영역으로 두어서는 안된다. 이제는 제도화하고 그 지원을 늘여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늦으면 나중에 들어갈 사회적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국가가 이 아이들을 책임지지 않으면 그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다. 이 문제는 국가에만 맡기고 지자체가 뒷짐지고 바라만 봐서도 안될 일이다. 
 한편 지자체와 교육청이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이중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비효율적인 점도 있었다. 기관간의 상호 소통을 통해 이 아이들에게 돌아가는 지원이 양적 질적으로 더욱 효율적이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