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글 2018. 5. 3. 23:36

낙동강 친수공간을 바라보는 청개구리(2011.08.09)

낙동강가에 사는 덕에 매일 그 강을 옆으로 끼고 다닌다. 주변 경관이 좋기도 하지만, 그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해가 지는 때다. 귀가하는 방향이 마침 서쪽이기도 해서 더욱 그렇다. 가끔씩은 집을 지나서 임해진까지 더 달려가기도 한다. 깎아지른 절벽길을 느린 속도로 운전하며 하늘의 지는 해와 강에 비치는 노을을 같이 보는 때면, 어릴 적 황금빛으로 저녁을 맞던 내 고향 동네 적석산의 모습에 견줄만큼 내겐 황홀한 그림으로 다가온다. 
 4대강 사업이 겉모양이 바뀌고 있다. 달포 전부터 ‘준설 완료, 친수공간 조성’이라는 플래카드가 강가와 강 가운데 인공섬에 아주 크게 새겨져 있다. 폭풍 같은 모래 먼지와 굉음을 내며 달리던 대형 덤프트럭이 거의 없어졌다. 
 준설 완료야 강바닥의 모래를 목표치만큼 파냈다는 것으로 쉽게 이해가 되었지만, 친수공간 조성이라는 말은 내겐 많이 낯설었다. 주변의 환경운동가에게 물으니, 강가에 탐방로, 놀이공간, 체육시설을 설치하는 것이라고 했다. 아하, 그래서 내가 다니며 바라보는 강 가운데 인공섬에 얼마 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들어가서 뭔가를 심고 가꾸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으로 그 모습이 정리가 됐다. 체육공원과 산책로라는 것은 인근 창녕 길곡을 지나며 강쪽을 바라보면 이미 부분적으로 만들어서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얼마 전 장마가 거의 끝나갈 무렵에 환경운동하시는 분 몇 분과 함께 삼랑진에서 합천보까지를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그 구간에는 함안보와 합천보가 있는 곳이기도 했다.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는 있겠지만, 내가 본 낙동강 친수공간 사업은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모래 위에 지은 집, 이른바 ‘사상누각’이었다. 
 함안보도 합천보도 홍수로 유실된 생채기를 우선 안보이게 하는 눈가림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고, 거적과 잡초로 위장해 놓은 준설하고 남은 경사지는 씻겨 내려가지 않은 곳이 없었고, 낙동강에 합류하는 작은 하천이 받은 상처는 그 동네 주민의 입을 빌면 태어나서 처음 보는 광경이라고 했다. 내가 보기에도 합천보 상류의 덕곡천은 복구 불가능이었다. 
 내가 사는 동네를 10여 년 전부터 나들면서 경험한 바에 의하면 평균 1년에 두 세 차례 낙동강은 홍수를 겪는다. 강바닥을 파내서 그런지 올해 장마 때는 평년보다 더 많은 비가 왔지만 낙동강 본류가 홍수로 넘치지는 않았다. 상류 지역에 비가 많이 오면 낙동강은 인간이 두려움을 느끼기에 충분하도록 수량이 많아진다. 평소에는 강 가운데 큰 섬이 보이지만 비가 많이 오면 건너편 창원쪽까지 강폭이 1 km가 넘게 물이 차면서 강이 거의 바다가 된다. 지난 번 장마 때도 예외가 아니어서,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 놓은 탐방로는 지붕까지 물이 찼고, ‘준설 완료, 친수공간 조성’의 플래카드도 물에 잠겼다. 
 이번에는 잠겼던 탐방로에 물이 빠지면서 급하게 씻고 고쳐서 복구를 했고, 씻겨 내려간 인공섬도 다시 잔디를 심고 또 나무도 심어서 급하게 상처를 감추었지만, 앞으로도 물만 넘치면 그렇게 신속하게 씻고 닦고 다시 심어서 시민들게 보여 줄 것인가. 1년에 세 번 이상일 수 있는 일을 말이다. 
 필자는 토목 전문가가 아니어서 잘 알지는 못한다. 그러나 강의 안쪽은 언제나 물에 잠길 수 있는 곳이다. 그리고 모래는 물살이 세면 씻겨가게 되어 있다. 그 안에 탐방로를 만들고 체육공원을 만들고 놀이 시설을 하면 우선 보기는 참 좋을 수 있다. 
 그런데 그런 시설을, 농사짓기에 바쁜 강가의 주민들이 얼마나 이용할 것이며, 홍수에 잠겼다 물이 빠지면 청소와 관리는 누가 할 것인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겐 걱정일 뿐이다. 한눈에 봐도 수만 평이 넘는 그 공간을 물과 햇빛만 있으면 과수보다 훨씬 잘 자라는 그놈의 잡초는 또 누가 베어낼 지, 백 평 남짓 농사를 짓는 내가 생각해도 걱정과 함께 한숨부터 나온다. 
 교육운동가가 아니고 더욱이 환경운동가도 아닌 시골의 한 촌부가 느끼는 이런 마음은, 오늘 점심 때 모여서 같이 밥을 먹었던 여섯 명 이웃 사람 모두의 하나같은 마음이었다. 태풍 ‘무이파’의 영향으로 이 저녁 비바람이 우리 동네를 휘둘러 지나가고 있다. 모래 위에 항구적인 시설물이 가능한 것인지 오늘 밤은 또 걱정이다.